세종시대의 장영실(蔣英實)은 두 가지의 자동 물시계를 제작했다. 이미 잘 알려진 보루각루(報漏閣漏, ‘자격루’로 많이 소개됨)는 1434년에 완성되어 국가 표준시계로서의 역할을 수행했고, 이어서 만들어진 흠경각루(欽敬閣漏, 1438년 제작, ‘옥루’로도 부름)는 세종을 위한 특별한 시계였다.
흠경각루는 천체운행을 담당하는 태양장치가 있고, 천상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어 천문시계의 역할도 하고 있다. 가산 위에는 4신(神)과 12지신(支神), 옥녀(玉女), 종·북·징을 타격하여 시간을 알려주는 다양한 시보인형이 등장하고 있다. 내부에는 물시계인 누각이 있어 내부기어장치에 동력을 만들어 주어 자동으로 운행되도록 하였다.
당시 흠경각은 세종의 정치적 구상을 위한 장소로 사용됐다. 이는 흠경각루를 이루고 있는 외형 부분인 가산(假山)에 빈풍사시(豳風四時)의 풍경을 그린 점과 기기(欹器)를 설치한 정황에서 알 수 있다. 빈풍사시의 그림은 당시에 유행하던 그림화법으로 계절에 따른 농사일이 그려져 있어 농사짓는 백성들의 어려움을 살필 수 있었다. 또한 물시계와 함께 작동되는 기기(欹器)는 누수(漏水)에 의해서 그릇에 물이 담겨져 균형을 이루거나 기울어지는 것을 권력의 모습으로 비유하여 보여주었다.